달라진 로또 당첨금 수령 풍속도
"내 당첨사실을 알리지 마라"

로또복권 발행 5개월을 넘기면서 당첨금 수령 풍속도가 바뀌고 있다. 그 분수령은 1등 836억 원(10회차ㆍ당첨자 13명)의 광풍이 몰아친 이후라는 것이 국민은행측 설명이다. 로또에 대한 관심이 폭증한 이 때를 계기로 당첨자들의 몸 사리기가 극도로 심해졌다는 것이다.
아내몰래 화요일 이후 마감시간 직전 선호

◆‘나 홀로 족’ 증가

10회차이전만 해도 당첨자들 대부분이 3~4명의 가족이나 친ㆍ인척을 대동하고 왔다. 그러나 최근엔 ‘나 홀로 족’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407억 원의 주인공(19회차)인 춘천의 박 모 씨나 170억 원을 독식한 청주의 30대 여성(17회차)이 대표적 경우다.

이들외에도 1등 중 상당수가 ‘보디가드’ 없이 와 총총히 사라지고 있다.

자신의 정체에 대해 조금의 힌트라도 될 만한 말은 철저히 삼가는 것은 기본이고 심지어 직업, 자녀 수, 아파트 평수 등도 철저히 거짓말로 일관한다.

◆나의 당첨 사실을 알리지 마라

특히 기혼남 중에서 이런 유형이 많다. 20회차까지 1등 47명 중 36명(77%)이 남자이고 이들 중 대부분이 기혼. 이들은 가족에게조차 당첨 사실을 알려질 것을 걱정한다. 표면적 이유는 당첨 사실을 부인이 알 경우 씀씀이가 헤퍼진다는 것이다.

93억 원 대박을 맞은 30대 남성의 경우 “용처를 결정하고 나서야 말하겠다. 지금까지와 크게 벗어난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월요일을 피하라

10회 이전만 해도 당첨자 중 90% 가량이 월요일에 득달같이 달려와 1등 복권을 내밀었다. 지금도 월요일 수령 비율은 40~50% 가량이지만 화요일 이후, 또 마감 시간을 앞둔 오후에 찾아가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철저한 보안을 위해 주의가 집중되는 월요일을 피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금액이 적어 싱거운 주에는 월요일이 상대적으로 많다. 21회차의 경우 1등 당첨자 23명 중 11명이 월요일, 7명이 화요일에 찾아갔다. 지금까지 가장 긴 인내심을 발휘했던 당첨자는 장장 10일이었다.

◆좋은 일에 보태 주세요

인천의 한 당첨자(14회차)가 대구 지하철 참사 유가족과 불우 이웃을 위해 10억 원을 쾌척한 이후 당첨자들이 묘한 ‘압박감’을 받고 있다. 복권사업팀은 1등 당첨금을 수령하는 방에 당시의 사진을 크게 걸어 놓았는데 적잖은 당첨자들이 여기에 흔들리는 것으로 보인다.

'당첨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하는 설문에도 요즘은 “주택 구입”보다 “사회에 기부하거나 친ㆍ인척을 도와 주겠다”는 답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행동으로 실제로 이어지는지는 미지수다.


407억 당첨자, 춘천경찰서에 회식비 2000만원 쾌척


로또 대박의 떡고물이 떨어졌다.


로또 19회차(4월 19일 추첨)에서 국내 복권 사상 최고액인 407억 원에 당첨된 춘천경찰서 박 모 전 경사(39)가 동료 회식비로 2000만 원을 쾌척했다.


1일 춘천경찰서에 따르면 박 씨는 지난달 25일 김남웅 서장을 만나 경찰서 전체 회식비로 1000만 원, 자신이 근무했던 부서 회식비로 1000만 원 등 모두 2000만 원을 전달했다.


춘천경찰서는 1000만 원을 각 부서와 파출소 별로 배분, 직원들의 회식비로 쓰기로 했다. 또 횡재를 한 박 씨가 근무하던 부서 직원들은 이번 달 중 휴일을 잡아 1000만 원으로 야유회를 가기로 했다.


박 전 경사는 지난달 경찰관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10억 원, 불우 이웃 돕기에 20억 원, 자신의 아들과 딸이 다니던 초등학교에 장학금 2억 원 등 모두 32억 원을 기부했다.


한편 춘천 지역에서는 박 씨가 의경을 시켜 구입한 로또 복권이 407억 원에 당첨돼 해당 의경에게 1억 원을 감사비 명목으로 주었다는 풍문이 사실처럼 떠돌고 있다.





박수성 기자 mercury@dailysports.co.kr


입력시간 2003/05/01 1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