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도 전복내장볶음의 맛                      

진리 읍동 바다가 지척인 곳에 이르니 주인장께서 깔끔한 안방을 손님 셋에게 내준다.
시간은 차츰 흘러 5시 20분을 넘긴 시각이었다.
건너편에 보이는 섬이 민둥산 같아서 사진을 찍으려고 부엌을 통과해 나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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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횟집에서 먹은 전복과는 딴판이었다. 결코 물러 터지지 않은 단단함에 너무 딱딱하지도 않아 알맞게 씹히는 즐거움이 있다. 음식에 대한 칭찬에 인색한 내가 처음 제대로 전복회를 먹고 칭찬을 아끼지 않자 주인장과 조합장이 흥겨워 한다.


"진짜 전복은 살에 작은 구명이 3개가 나 있어야 진짜배기지. 이 구멍은 그냥 보면 잘 안 보여. 여기 보이죠?"
"아, 예. 정말 3개네요."

"이 구멍이 있는 중앙부위에 영양가가 다 있지."

잔이 몇 잔 돌았다. 해넘이 구경에 손수 남의 차를 몰고 가야하는 터에 술을 맘껏 마실 생각을 버렸지만 따라주는 것 까지 마다할 수는 없었다.


전복이 1/3 가량 남았을 때 잘라 둔 접시에 옅은 국물이 모였다.

"김규환 씨 여기 국물 있잖소. 거무스름한 저 국물 마시면 전복 김기자가 다 먹는 거요."
"정말요?"
"마시면 떫은 맛이 있고 혀가 아르르 해질 것이구만…."

"후루룩~" 마셨다. 바닥만 동행 피디에게 마시라고 건네줬다.

이윽고 주인장께서 "여보 내장 좀 가져와봐요~"

무슨 내장이란 말인가? 이 작은 조개에 그냥 같이 따라 나왔을 걸로 알고 먹고 있었는데 내장이 따로 요리가 되어 나를 즐겁게 할 궁리를 하다니!


둥근 자그마한 접시에 전복 내장이 양파를 다지고 마늘을 빻아 넣고 참기름에 살짝 볶아져 나왔다. 마치 심장이나 콩팥 모양을 한 전복 내장은 약간 푸르스름한 빛을 띠었다. 내가 집에서 닭을 볶아 술안주로 즐기고 미역국이나 무국, 떡국을 끓일 때 쓰는 방식과 비슷한 요리법이다.


"한 번 드셔들 보쇼"

"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전복 내장.

입에 갖다 대는 순간 나는 뒤로 나자빠질 뻔했다. 기가 막힌 맛의 잔치였다. 입안은 즐거워라 비명을 지른다. 처음 맛 본 전복내장볶음에 무릎을 꿇었다.

"어르신 대단한 맛입니다. 제가 별 것을 다 먹어봤지만 이렇게 맛난 건 처음 먹어 봅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말을 더 하면 손해일 것 같아 손을 바삐 움직였다.

"맛있네요."
"맛있네요."만 반복하며 ''허천병'' 난 놈 마냥 연신 먹어댔다.


한 두 번 씹어주면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이 맛이 고향의 맛 원형에 가깝지 않을까?
자신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이 맛난 술안주에 빠져 알딸딸해지도록 술을 마셨으니 상라산 전망대에 오를 수 있을까 모르겠다.

*박수명 씨 댁에 가면 흔하디 흔한 간판도 없다. 10년 전부터 흑산도에서 최초로 전복 양식을 시작한 터에 실패도 여러 번 경험했다. 박수명 씨는 겨울철 3개월 동안 미역을 먹이고 나머지는 다시마를 먹여 기른다고 한다.

막내아들과 부인 이영단 여사와 함께 1ha(약 3천 평) 양식을 직접 하여 택배로 전복을 판다. 전복 맛을 보려면 061-275-9211나 011-615-9211로 전화하는 수고는 들여야 한다. 보통 1kg에 7~8만원 선이고 택배비를 감안 4kg 이상 주문하기를 당부하고 주문 당일 오후에는 도착한다고 한다.

홍어 등 우리 고유의 음식맛을 보시려면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 들러 보시기 바랍니다.


하니리포터 김규환/ kgh17@hitel.net


편집시각 2003.03.23(일) 15:30 K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