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 에서 옮긴 글 입니다.
B라는 친구가 있다. 척 보기에도 준수한 외모인 데다가 능란한 화술과 세련된 매너까지 겸비했으니 당연히 주변에 따르는 여자가 한둘이 아니다. B는 자신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여자들의 전화번호만 200개가 넘는다며 은근히 자랑을 늘어놓기 일쑤였고 실제로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는 술자리에서 여자들에게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와 문자에 일일이 응대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곤 했다.

▨웬만해서 실수가 없는 남자

B는 그의 팬클럽(?)을 관리하느라 그 수많은 여자들과 적어도 1∼2주에 한 번씩은 전화를 주고받았고 주중과 주말을 합쳐 보통 서너 명의 다른 여자와 데이트를 즐겼다. 대단한 것은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관리하고 관계하면서도 웬만해서는 실수가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이름을 잘못 부른다든가 신상에 관련된 부분을 혼동한다든가 하는 일은 충분히 있을 법한데 그는 어떤 여자와 어느 식당에서 무엇을 먹었고 어느 극장에서 무슨 영화를 보았으며 심지어 어느 모텔에서 무슨 체위로 섹스를 했는지까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를테면 B는 그 여자들을 거래처의 주요 고객으로 둔 유능한 영업사원 같기도 했고 혹은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 나오는 스포츠 매니지먼트사의 우수한 에이전트처럼 보이기도 했다. 친구들은 모두 B의 그런 능력을 부러워했고 그토록 많은 여자들과의 버라이어티한 관계는 틀림없이 그를 행복하게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가 털어놓은 솔직한 심경

그런데 어느 날 우연히 B에게 들은 이야기는 이러한 친구들의 추측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물론 처음에는 좋았다. 각기 다른 여자들을 만나 데이트를 하는 것도 좋았고 그녀들과 각기 다른 섹스를 벌이는 것도 짜릿한 경험이었다.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여자한테 작업을 걸었고 실제로 거의 대부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날이 계속될수록 마음속은 늘 공허했고 뭔가 충족되지 않는 아쉬움만 점점 더 커갔다. 나는 그 아쉬움을 달래보고자 더욱더 많은 관계를 맺으려 노력했는데 이제는 여자와 침대에서 한 몸이 되었을 때조차도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다다익선이 능사는 아니다

과식보다 소식이 건강에 더 좋은 것처럼 사실 여자관계도 심플한 것이 낫다. 괜히 이 여자 저 여자 집적대면서 껄떡거려 봐야 쓸데없이 데이트 비용만 깨지고 이일 저일 신경 쓰느라 공연히 머릿속만 복잡해진다. 물론 섹스도 마찬가지다. 하룻밤에 몇 번을 했느냐 하는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차라리 한 번을 해도 ‘제대로’ 하는 편이 훨씬 더 좋다. 똑같은 체위,똑같은 스타일로 기껏해야 십여분 만에 사정하는 섹스라면 아무리 횟수가 많다 한들 그 무슨 소용일까. 횟수와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천천히 서로의 깊은 곳을 탐닉하면서 즐기는 진한 섹스 한 번이 서로에게 훨씬 더 깊은 만족감을 가져다주기 마련이다.

잘 먹고 잘 사정하는 비결은 다름아닌 ‘소식’에 있다. 주변의 여자들에게 죄다 작업을 걸면서 영양가 없는 과식에 치중하지 말고 맛있고 영양가 높은 소수의 여자들에게만 그대의 역량을 집중하라. 그게 선진화된 작업방식이고 결국 남는 장사다.

/웹검색전문가 lovespider@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