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글쓰기 연습용]

일요일 내내 영하 14~15도가 연 사흘동안 계속된다는 보도와 함께 화재소식이 연거푸 화면에 소개되니 혹시 우리아파트에서 난 불이 아닐까 잠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TV를 주시한다.

월요일 아침에 출근해 보니 토요일 오후부터 급강하한 기온 때문에 주로 복도식 세대에서 수도물이 안나온다는 민원이 쇄도하고 계단식 세대에서도 주방쪽 수도물이 안나온다는 민원도 제법 많이 접수되어 근무하던 기사들(2)은 온 종일 해빙기 끌고 다니면서 녹여 주느라 밤 늦게까지 고생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근무일지 결재를 하면서 직원들에게는 아침부터 서둘러 해빙처리를 지시해 직원들은 장비를 챙기러 지하로 내려가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외출을 않던 소장이 오늘따라 업무차 잠시 나갔다 되돌아 오는 길에 사무실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소장님, ooo동에 불이 났으니 빨리 들어오세요! 주민들이 어디로 대피하느냐고 전화가 빗발쳐서 정신이 하나도 없어요. 아침부터 해빙처리하러 직원들이 다닐텐데 혹시..해빙작업하다 불이 난 게 아닐까? 일순간 덜컥 겁이 나고 여직원의 다급한 목소리에 급하게 차를 몰아 들어 오면서 단지 쪽을 쳐다 보니 시커먼 연기가 사납게 치솟는 것이 멀리서도 선명하게 보이고 혹시나 싶어 소방서에 화재신고를 하면서 저쪽을 쳐다 보니 앵~앵~앵, 저쪽에서 벌써 소방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시커먼 연기가 치솟는 걸 보니 어차피 초기진화 단계는 아닌 듯 싶고 여직원이 전화에서 대피방법을 모른다 하니 방송을 먼저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단지에 들어서자 마자 사무실로 뛰어가서 숨가쁜 소리로 대피방법을 세번, 네번 방송했다. 복도식이래도 맨 끝에 비상계단이 설치되어 있으니 그리로 가면 옥상으로 올라 갈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방송을 해대고선 현장으로 달려 가 보니 벌써 소방차 여러 대가 동앞에 서 있고 소방관들은 부산스레 오락가락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주민들은 경비실을 중심으로 잔뜩 늘어서서 구경만 열심이다.

승강기홀을 중심으로 양쪽으로 배치된 라인 중에서 한 쪽 라인 가운데 세대에서 불이 난 때문인지 아직 승강기는 그대로 운행이 되기에 승강기를 타고 그 층으로 올라 갔는데 연기만 계속 뿜어져 나오고 불길은 안 보이는 걸 보니 일단 진압은 됐나 보다. 혹시 사람이 다치진 않았는지 무엇보다 궁금한데 주민들끼리 주고 받는 얘기 속에 다친 사람은 없나 보다.
천만다행. 하느님 맙소사. 나무아미타불.

불이 난 세대 안에 평소에 몸이 안좋은 아주머니는 안방에서 쉬고 있었는지 자고 있었다 그러고 거실 소파엔 13~14세 된 딸아이가 졸았는지 자고 있었다 그러는데 작은 방에는 문이 닫힌 상태로 개새ㄲ ㅣ(불량단어 검색도 없었으면 좋겠슴다)가 있었대는데 불은 작은 방에서 시작되었단다. 두 사람 모두 발화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옆집 아저씨가 집안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에 집안을 둘러보고 보일러실을 둘러보아도 원인을 찾지 못하고 급기야는 현관문을 열고 내다 보았더니 옆집 보일러실 환기구에서 연기가 솔솔 나오더란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가스렌지에 음식을 올려 놓고 어딘가에 정신이 팔렸던지 음식이 다 타다록 모르고 있는 것일테지"라는 생각에 현관문을 쾅쾅 두들겼더만 그제서야 딸아이와 아주머니가 얼굴에 시커먼 연기를 뒤집어 쓰고 사람살려! 사색이 된 채로 뛰쳐 나오더란다. 아마 옆집 아저씨가 아니었더라면 인명사고도 피하지 못했으리라. 정말 고맙습니다! 몇 번이고 칭찬과 인사를 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옆집아저씨가 현관문을 두들길 때 집안에서는 딸아이와 아주머니가 거의 동시에 놀라 깨어 나 집안을 둘러 보다가 작은방 문틈에서 연기가 솔솔 새어 나오기에 무슨 일인가 싶어 문을 안쪽으로 밀어 열었더니 펑!하는 소리와 함께 숯검뎅을 잔뜩 뒤집어 썼고 불이 사방으로 번지는 순간 그 때서야 본능적으로 죽기살기로 현관문을 밀치고 나왔단다. 밀폐된 공간에서 불이 났을 때 그 공간에 있던 산소가 순식간에 감소되다가 문을 여는 순간 펑!하는 소리가 나면서 순식간에 불이 사방으로 번지는 현상을 화재현장에서는 후레쉬오버 현상이라 그런단다.

감식반도 현장감식에서 누전으로 단정하지 못하는데 그러면 개새ㄲ ㅣ가 실화를 했나? 그 방에는 전기기기라고는 컴퓨터와 카세트만 있었다는데 전열기구의 과열이나 누전에 의한 발화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다는 의견이다.

소방관 중에 책임자급인지 소장을 찾기에 사무실에 내려와 세대배치도를 찾고 방화관리자가 누구냐, 어디있냐 등등 몇 가지 묻더만 다시 현장으로 간다.
관리소장이라 내세우고 불난 집구석에 따라 들어가 보니 등짝에 '과학수사'라고 쓴 푸른색 제복을 입은 사람과 소방관 몇 사람이 방화지점인 작은 방 구석구석을 샅샅히 들여다 보면서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추정을 못하겠단다.
그저 누전에 의한 화재라고만 의심한다.

오후엔 화재보험회사에서 보낸 손해사정인이 방문해서...<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