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젖는 오월 숲

        박일소.여류시인

그대가 가버린 오월 숲이
푸른 비에 젖고 있다

꽃비를 뿌리고
떠난 빈자리에
울고 있는 바람이여
아쉬움으로 꽃잎을 흔드는 구나

시들 줄 모르던
여린 사랑 꽃이
아프게 가슴을 치고
영문도 모르고 꽃바람에 휩쓸려
떠나간 이여

그대는 봄이 되면 다시 오리니
슬퍼하지 마라
아쉬움으로 머물다 떠난  빈자리에
푸른빛이 돋아 오른다

내가 그대에게 갈 수 없었던 것도
그대가 내게 올 수 없었던 것도
이유도 없는 질투의 화신이 샘을 부려
그대의 지나친 생각이
제멋대로 키 자라서
슬픈 오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황량한 들판에 꽃비를 뿌리고 오던 이여
그대가 가버린 빈자리에
이제는 또 다른 그리움의 오월 숲이
녹색 짙은 비에 촉촉이 젖는다

            2004. 5.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