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소한 생활이야말로 진정한 웰빙" / 사진은 별개 사진임.
[이 생각 저 생각] 배재형ㆍ서울 서초구 방배동

‘웰빙(Well_being)’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가장 주목받는 단어 중 하나다. 여기에 무리를 뜻하는 ‘족(族)’이라는 말이 붙어 ‘웰빙족’까지 탄생하였다. 이 말 때문에 결혼 7개월째인 우리 부부는 얼마 전 잠시 입씨름을 한 적이 있다. 내가 웰빙족이냐 아니냐 하는 설왕설래였다.

“자기야! 나 같은 사람을 두고 웰빙족이라고 하나 봐. 건강과 마음의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나는 아내에게 신문에 나온 웰빙족에 관한 기사를 내밀었다. 나는 유기농 농산물을 선호하고 육류보다 생선을 좋아하며 업무상 술은 마시지만 탄산음료와 담배는 거의 하지 않는다. 헬스 클럽과 찜질방, 여러 문화시설을 찾아 심신의 안정과 건강을 관리하고 건강식품인 발효유를 꾸준히 마시고 있다. 이 정도면 웰빙족이라 해도 무리가 없겠지.

하지만 아내의 얘기는 달랐다. 나는 몸에 좋은 것을 찾아서 먹으려고는 하나 편식하는 경향이 다분하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개인주의적 편향에 지나치게 고급화한 입맛으로 가정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진정한 웰빙족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아내의 반박을 듣고 보니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 잘 먹고 잘 사는 게 아니라 잘 먹고 잘 사는 흉내만 내고 있는 것이었다. 웰빙이라는 말에 담겨 있어야 할 알맹이가 빠져 있었던 것이다.

근래 들어 물질만능주의와 환경오염, 각종 성인병 등으로 인한 폐해가 늘어나면서 20, 30대도 물질적 가치보다는 몸과 마음이 건강하고 편안한 것을 행복으로 여기며 추구하는 경향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매스컴과 기업들은 웰빙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하기 위해서는 아내의 지적대로 검소하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함께 하는 건강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내는 김치가 잘 익었다며 일요일 점심으로 물에 밥을 말아 김치를 얹어 먹었다. “어때 맛있지?” 하며 아내는 웃었다. 정말 꿀맛이었다. “밥 먹고 배드민턴 한 게임 어때?” 하는 아내의 제안에 “좋지” 하며 나도 유쾌하게 웃었다. 아내는 역시 나보다 한 수 위다. 신혼인 우리 집 잘 먹고 잘 사는 법은 이렇게 결론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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