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권을 침해하는 근로기준법 제61조 3항

<발언대>
  
이진희  

  
1. 들어가며

1990년을 전후한 국가적 차원의 신도시 건설과 이에 수반한 제반 간접시설들이 확충되면서
시설관리 종사 노동자들의 규모가 대대적으로 증가됐다.
우리나라 주거형태의 55%가 아파트로 대체되었고 각종 업무용 빌딩들이 고층화, 대형화되면서
시설관리 노동자들은 없어서는 안 될 주요한 업종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에 따라 1990년 이후의 시설관리 업종 종사자의 업무는 그 내용과 질이 달라지게 되었다.
유지ㆍ관리차원에서 개선, 효율의 극대화라는 개념이 추가된 것이다.
이는 시설관리업이 바야흐로 산업화되어감을 뜻하는 것이며 그만큼 용역업체들의 난립으로 인한
최저가 경쟁 등을 수반하는 대폭적인 노동강도의 강화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동부와 통계청 등은 시설관리 업종의 규모조차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않은 현실이며
그 변화된 업무실태와 노동강도도 파악되지 않고 있어 시설관리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상의
최소한의 기준도 적용되지 못하는 상태에 처해 있다.
이것은 노동부 등 관련 행정부서의 인적자원 부족에 따른 것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현재의 법과
제도가 변화된 근로조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방치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근로기준법 제61조 3항의 단서조항은 이제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시설노동자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독소조항으로 작용하고 있다.
벌써 호흡을 멈추어야 할 법과 제도가 살아 있는 시설노동자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2. 감시단속적 근로자 현황

▲ 대표적인 감단직종에 해당하는 인원은 총 22만4,284명이며, 이중 건물관리ㆍ경비 및 관련
종사자가 15만4,927명으로 69.1%이고 동력생산 및 관련 장치조작 종사자가 3만6,745명으로
16.4%이다(2002년 임금구조기본통계조사)
▲ 노동부 인허가 실태상 승인 건수 중 91.0%인 1,920건이 24시간 격일제를 하고 있으며,
이중 80.3%인 1,542건이 감시적 직종이었고, 19.7%인 378건이 단속적 직종이었으며, 월평균
360시간 근로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2003년 노동부 감시ㆍ단속적 근로자 적용제외
승인인가 현황)
▲ 업무특성에서 기인한 것이지만 감단 근로자의 연령은 매우 높은 편이다. 전체 감단 근로자
중 55세 이상이 53.7%를 차지하고 있고, 60세 이상도 36.7%의 비중을 보이고 있다
(중앙고용정보원 2002년 산업별·직업별 고용구조 조사)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대상 전체(장애인근로자, 3월 이내 수습근로자, 양성훈련자, 감단근로자)
근로자 중에서 감단근로자가 2001년 98.4%, 2002년 97.9%, 2003년 97.4%, 2004년 98%
(전년도 9월~해당년도 8월까지)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감단근로자의 55.8%가 월임금총액이 100만원 미만, 월평균임금이 809,147원
(기본급+통상수당), 월평균근로시간 278시간(정상근로 265시간+초과근로 13시간)임.
△주당 64시간(5인 이상 사업장 상용근로자 주평균근로시간 46.2시간의 1.4배 정도)

3. 감단 규정에 따른 불이익

△ 근기법 제61조에 의해 그 적용이 제외되는 사항은 제4장(근로시간과 휴게)과
제5장(여자와 소년) 중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이다. 따라서 근로시간의 상한규제가
없어짐으로 인해 무한정의 장시간 노동이 합법적으로 가능해진다.
△ 실제로 아파트 등 건물을 관리하는 경비직의 경우 24시간 맞교대 근무가 일반적이고
교대조가 바뀌는 경우 등은 48시간을 연속해서 근무하는 사례도 있다. 그리고 휴일에 관한
규정이 적용제외됨으로써 일요일 등 주휴일이 적용되지 않고 대개 요일이나 명절 구분 없이
1년 내내 격일교대제로 근무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 근로시간에 대한 불이익뿐만 아니라 임금도 절대적으로 불리하게 적용된다. 근로시간과
휴일에 대한 규정이 적용제외 되면서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로시간에 대한 시간외
가산근로수당을 받을 수 없고 휴일 근로에 대한 가산수당도 적용이 안 된다. 그리고
최저임금법에 의한 최저임금규정도 적용제외 된다. 따라서 사용자 입장에서는 일을 얼마나
시키든, 임금을 얼마 주든 전혀 거리낄 것이 없게 된다. 근로조건 중 가장 중요한 임금과
근로시간에 대해서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것이다.

4. 현실 근무 여건

감단 노동자의 적용제외 승인 요건 중 중요한 부분은 타업무와의 중복여부와 실 근로시간이다.
경비직이 주종인 감시 근로자는 대부분 출근 시간이 오전 6시 전후이다.
그래야만 입주민들의 출근에 맞춰 돌발사태에 대비할 수 있고 교대자에게 인계인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차공간의 협소함으로 이중-삼중주차를 하는 바람에 누군가 연락처를 남기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수십 대의 차량이 옴짝달싹할 수 없다. 이때 신속히 차량주인을 수배하여 조치해야 한다.
(부산동래 지역의 한 아파트단지의 경우는 아예 모든 차량의 열쇠를 경비실에서 보관하여 아침에
차량관리를 한다.)
대부분 본연의 업무인 감시업무 외에 폐지 분리 및 수거, 주차대행 및 주차관리, 청소업무,
전지작업(정원수관리), 기타서비스(열쇠보관, 우편물대행 등)을 규칙적 또는 일과로 수행하고
있다. <표1>
냉난방, 전기, 방재 등의 단속근로자의 주요 업무는 시설물의 보수, 유지이다.
그러나 심각한 고장수리 등의 경우도 경비절감 등을 이유로 해당전문업체로 이관하지 않고
자체로 수행한다. 그 시간은 정도에 따라 며칠 동안 연장근로하면서 계속하기도 한다.
기계적 시설물이므로 정상가동되지 않으면 모든 시설물들이 연동되어 마비되기 때문이다.
또 일상적인 많은 시간들은 입점자나 입주자 개개 가구의 민원수리에 동원되어야 한다.
감시근로자처럼 본연의 업무와 별개로 부가 업무가 일상화되어 있는 것이다.
또 중요한 본연의 업무인 기계, 전기실물의 감시업무(대기업무)는 긴장도의 문제가 심각하다.
수많은 모터가 돌아가는 시끄러운 기관실, 2만2,900V가 흐르는 고압변전실에서 불안정한 소리와
조그마한 이상 유무를 잡아내고 문제를 점검한다는 것은 초긴장상태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초긴장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는 주 이유는 업무도 업무이지만 자칫하다가 생명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단속근로자는 수리나 민원수리의 육체적노동(?) 보다 오히려 대기업무가
훨씬 힘들다고 증언한다.
휴게시설은 따로 없다. 경비실 또는 사무실이 근무처이자 휴게실이다.  
휴게시간은 따로 두지 않고 그냥 부가업무 중간 중간에 앉아서 쉴 수 있을 뿐이다.
수면은 엄두를 못 낸다. 일단 감시업무인데다가 잘 곳도 없고 그랬다가는 용역회사에게
영락없이 시말서나 징계를 당한다. 왜냐하면 그래야만 다시 재수주를 받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감시단속 근로자의 대부분은 국공휴일, 명절이 없다. 시설노동자들이 가장 서러운 것은 사실
임금 적게 받는 것보다는 명절 때도 예외 없이 자리를 지켜야만 하는 처지이다. 설이나 추석
때도 가족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5. 61조 3항의 문제점

(1) 부가업무와 대기근로(현실 적합성 결여)

61조 3항의 휴일 및 휴게 등에 관한 적용제외는 지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반영하기 위한 것이다.
농업, 양잠업, 수산업 등 출퇴근이 명확하지 않고 의미가 없으며 노동강도가 낮아(대기근로)
실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렵거나 없는 경우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심각한 오류를
가지고 있다.
첫째, 부가업무가 없을 것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
쉽게 말해 경비직이 주종인 감시근로자는 순찰시간을 제외하면 경비박스에 앉아서 감시만 한다는
것이며 단속근로자는 대기가 주이고 상황이 발생할 때 간헐적으로 일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에서 서술했듯이 경비직은 최소 서너 개 이상의 만만치 않은 부가 업무를 가지고 있고
전기, 냉난방, 기관실 근무자들은 주업무가 아닌 서비스차원의 민원처리(고장수리 등)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주업무보다 부가업무시간이 월등히 높은 것이다. 이러한 것들은 아무 아파트나 빌딩에 가서
업무일지만 훑어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 61조 3항은 현실에 애써 눈감고 있는 것이다.
둘째, 단속직의 경우 대기시간의 노동 강도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
수배전 시설물, 모터펌프, 냉난방기 등에 대한 대기근로(감시)는 노동강도가 현저히 낮은 것이
아니라 거꾸로 매우 높다.
상식적으로 2만2,900V가 흐르고 있는 시설물들 코앞에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어느 누가
편하게 ‘대기’할 수 있을까?
모터나 펌프, 냉난방기의 자그마한 기능저하나 부속품 마모 때면 모든 시설물들이 치명적일 수
있는 상황은 모든 근무자들이 자그마한 이상소음을 잡아내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된다.
단속근무자에게 대기시간은 ‘대기’의 시간이 아니라 초긴장상태의 강도 높은 실근로시간인
것이다.
61조 3항은 시설업종의 노동강도를 단지 시간의 개념뿐 아니라 긴장도(육체적, 정신적 소모)의
측면에서도 모두 현실과는 동떨어진이한 추측을 하고 있다.
또 시설관리업종의 전문화, 산업화 과정에 따라 달라진 근로조건과는 상관없이 “이 업종은
강도가 아예 낮은 업종이다”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는 것이다.

(2) 24시간 맞교대는 적용제외 승인이 사실상 필요 없다.

시설업종이라 하더라도 휴게 및 휴일에 관한 적용을 제외받기 위해서는 노동부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또 ‘최초 승인 당시 근로자수보다 근로자수가 증가되었거나 승인 조건, 즉 근로의 내용 및
업무성질이 변화되었다면 취소사유가 발생하고......’(근기 68207-1269, 근기68207-779,
근기68207-1569)로 되어 있다.
그러나 상황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의 아파트 사업장들은 적용제외 인가증을 받았는지, 어디에 비치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승인을 받지 않으면 근기법이 적용되어야 하는데 여전히 아파트 사업장은 근기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적지 않은 시설노동자들이 노동부에 진정을 해도 휴게 및 휴일에 대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왜 그런가가.
① ‘24시간 맞교대의 경우는 휴게시설이나 실근로시간 등이 고려되지 않아도 업무의 성질이
감-단 근로에 해당한다면 당사자가 합의하면 적용제외승인이 되어야 한다’고 하고 있다.
(근기68213-915)  
② 또 근로조건이 바뀌어 취소사유가 발생하더라도 ‘포괄임금’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되었으므로……의 이유로 노동부 장관의 승인여부와는 관계없이 제61조 3항이
적용되는 것이다.애초에 입사할 때 사측이 요구하는 근로계약서에 합의하지 않으면 입사가 될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24시간 맞교대 또는 포괄로 산정된 임금 중 최소한 하나에는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24시간 맞교대 근무자는 적용제외 승인과는 관계없이 시설업종이면 무조건 근로기준법
제61조 3항이 적용 될 수밖에 없는 이중삼중의 불합리한 상황을 맞게 된다.
그러나 24시간 맞교대라 하여 노동 강도가 현저히 낮거나 하지는 않는다.
또 위의 두 가지는 노동자의 대항력이 행정적으로 철저히 무시되며 오직 사용자의 선택에
달리게 한다.

6. 제61조 3항, 승인규정의 개선이  아니라 폐지되어야

제61조 3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그것이 지극히 현실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며 해석에 있어
자의적이라는 데에 있다.
승인요건의 적용을 엄격히 하여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몇 가지 문제가 있다.
(1) 이것을 위해서는 노동조건에 대한 각 사업장마다의 실체적 접근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는
행정력의 뒷받침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설사 일부가 가능하다 해도 그 해석이 자의적일 수 있어
신뢰성 여부 등에서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노동자의 대항력이 거의 없어 관행화, 강제화되어 있는 포괄임금문제가 남아 있는
한 실체적 접근조차 그 실효가 없을 수 있다.
제61조 3항이 폐지되어도 포괄임금은 별개의 문제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할 수 있으나
포괄임금 자체가 근기법상의 법정근로시간에 대한 ‘적용제외 가능’이라는 논리에서 출발한
것이니 만큼, 최소한 노동자의 대항권은 가능해진다는 데서 장기적으로는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2) 용역회사와 원청회사간의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시설업종은 노동자와 직접사용자간의 직고용이 아닌 대다수 사업장이 용역화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승인요건이 엄격화되면 같은 시설사업장이라 하더라도 제61조 3항이 적용되는 사업장과 그렇지
않은 사업장이 생길 것이다.
이때, 적용이 제외되는 사업장이 된다면 용역회사는 이미 원청회사와 기 체결된 계약조건으로
인해 근기법 적용에 따른 모든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고 그것은 용역회사와 노동자간 분쟁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다.
원청회사는 상대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계약을 해지하거나 재계약을 거부할 것이며
이는 또 다른 문제 즉, 고용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되는 악순환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동자는 제61조 3항이 적용되지 않는 사업장이 된다 해도 어쩔
수 없이 근기법 적용을 포기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용역회사라는 제도가 없어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기준이 되어야 할 근기법이 현장 노사관계에서부터 부정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시설노동자를 둘러싸고 있는 정황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적용제외에 대한 승인강화를 통한 문제해결은 더 많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으며
여러 상황상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근로기준법은 이 나라 노동자라면 누구에게나 적용되어야 할 최소한의 기준이다.
근로기준법 제61조 3항의 내용은 이 조항의 전적인 피해자인 시설관리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상태를 합법화하고 노동의욕을 저하시키고 있으며 객관적 사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할 뿐
아니라 헌법상의 평등정신을 위배하고 있으므로 당연히 폐지되어야 한다.